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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정유경

정유경은 기획자, 작가, 프로젝트 매니저 등 다양한 역할로 미디어아트 분야 내에서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매개자이다. 기계와 물성, 그리고 가상과 현실의 교집합에 대해 연구한다. 아트센터 나비, 사일로랩 등 다수의 기관에서 미디어아트 전시와 상업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미디어아트 스튜디오 썸랩(SUM LAB)을 운영 중이다. 현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플로리스트, 화가, 과학자, 건축가를 거친어린 시절의 장래희망은 지금의 정유경을 미디어 아트로 던져놓았다. 직업이 아닌 분야를 들이민 이유는 잦은 역할 변경과 퇴사에 있다. 다음은 정유경이 거쳐온 역할과 그에 대한 감상이다.
  1. 2018년 젠틀몬스터 공간팀 키네틱 파트 인턴을 했다. 그 다음해인 2019년 손길이 이모저모 많이 닿은 오브제들을 런던 시내를 정처없이 걷다 우연히 다시 마주쳤을 때의 반가움이란!
  2. 2019년 아트센터 나비 학예팀에 입사해 큐레이터가 되었다. 입사하자마자 국제 학술대회이자 대규모 전시인 ISEA2019를 담당하게 되어 광주로 장기출장을 떠났다. 미술관 퇴사 후에도 광주 출장이 잦아 이제 광주라면 지긋지긋하지만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오랜만에 한 번 가볼까 고민중이다. 요즘들어 레지던시에서 담당했던 에스토니아 작가 티모 토츠를 종종 떠올린다. 에스토니아에서 레지던시를 운영중인 그는 알파카도 키우고 무동력 비행기를 취미로 하는데 언제든지 놀러오라고 했던 제안이 자꾸 머릿속을 멤돈다. (아직도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퇴사 전 단독기획 전시를 하나 하고 나와서 다행이다. 담당했던 작가와는 행사가 있으면 종종 마주치고 안부를 나누곤 한다.
  3. 2020년 미술관을 퇴사하고 놀던 나에게 사일로랩 이영호 대표는 같이 일을 해볼 것을 제안한다. 돈이 안되는 순수예술을 벗어나 상업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기에 덥썩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게 된다. 글도 쓰고 디자인도 하고 매니징도 하며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4. 하지만 온전히 일에 집중하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2021년 대학원 입학에 있다. 입사 시 대학원 진학을 조건으로 내걸고 입사하자마자 대학원 입시를 준비했다. 그 결과 현재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전공 4학기를 수료하고 논문만을 남긴 대학원생인 상태이다. 논문을 얼른 써야할텐데, 휴학이 너무 달콤하다.
  5. 2022년은 혼돈의 시기였다. 건강 상의 이유(다른 이유들도 많지만 일단)로 또 한 번의 퇴사를 감행했고 어쩌다보니 프리랜서가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국가사업에 참여하게 되어 연구원으로 반 년을 보내고 나름 멋진 보고서를 완성하게 된다.
  6. 그리고 오랜만에 작가로 전시에 참여했다. 작가로 참여한 마지막 전시가 2017년이었으니 꽤나 오랜만이 맞다. 하지만 2023년에는 좀 더 많은 전시가 진행될 듯 싶다. 작업을 좀 더 해보고자 지원금을 타놓은 상태이다.
  7.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생님이 되어보기로 한다. 미디어 아트 교육을 부천아트벙커에서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 교육 이상의 수업을 만들기 위해 요새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어떤 방식이 수강생들에게 가장 적절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는 있지만 베테랑은 아닌지라 아직 감이 안 잡힌다.
  8. 마지막 역할은 대표님이다. 개인사업자를 가지고 있고 그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고 있다. 대표라는 호칭에 익숙치 않아 누군가 나를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깜짝 놀란다. 사업자의 이름을 바꾸고 싶어 고민 중에 있다. 아끼던 이름이었지만 관계가 망가져 그 이름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
작업하는 정유경

사실 정유경은 원래 작업을 삶을 영위하는 것을 꿈꿨다.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또 작업말고도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기에 작업을 미뤄왔지만 2023년은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정유경은 이런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미완성의 문장들이기에 읽고 싶다면 (한 번 더 클릭)해야하는 수고를 설계해본다.

그냥 정유경

일도 작업도 하지 않는 정유경은 좋아하는 것들을 얉고 깊게 꾸준히 좋아하는 편이다. 나의 삶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

정유경은 이수정과 황규성, 그리고 새로운 질서와 함께합니다.